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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

큰 나무의 태풍 대비 전략

2022.09.06 03:00 입력 2022.09.06 03:03 수정

태안 남문리 낙우송

태안 남문리 낙우송

태풍은 벼락과 함께 들녘에 홀로 우뚝 서 있는 큰 나무의 생존에 치명적인 위협이다. 몰려오는 큰 바람을 막을 수도, 피해 달아날 수도 없다. 버텨야 한다. 해마다 이즈음이면 태풍을 못 이겨 부러지거나 뿌리째 뽑힌 큰 나무 소식을 마주치게 된다.

키가 크고 곧게 자라는 나무들은 바람에 맞서 싸우기 위해 오랜 세월에 걸쳐 자신의 몸을 바꾸어 왔다. 흔히 뿌리 깊은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고들 하지만, 높이 솟아오른 키 큰 나무들로서는 그저 깊이 내린 뿌리만으로 큰 바람을 버티는 건 불가능하다. 오히려 깊게 내려야 할 뿌리를 옆으로 넓게 뻗는 게 바람을 버티는 데 더 효과적이다.

우리나라에 100년쯤 전에 들여와 심어 키우는 낙우송이 그런 대표적인 나무다. 바람 아니라 해도 낙우송은 워낙 높이 솟아오르며 자라기 때문에 그저 깊은 뿌리만으로 지탱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. 그보다는 뿌리를 옆으로 넓게 뻗는 게 높이 솟은 제 몸체를 버티는 데 훨씬 유리할 수밖에 없다. 낙우송처럼 높이 솟는 메타세쿼이아 역시 같은 방식으로 태풍과 맞서 싸운다.

낙우송의 경우, 수직으로 불과 2~3m쯤 파고들어가는 동안 옆으로 20~30m까지 뻗어나간다. 깊이의 열 배까지 넓이를 확보하여 몸을 지탱하는 힘을 키우는 식이다. 게다가 옆으로 뻗은 뿌리는 곁의 다른 나무의 뿌리와 얽히고설키면서 더 튼튼한 상태를 유지한다. 웬만한 바람이라면 이처럼 땅 깊은 곳에서 단단히 대책을 세운 나무의 뿌리를 뒤집을 수 없다.

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충남 태안 남문리 낙우송은 겨우 100년에 불과한 짧은 기간에 23m까지 높이 솟아올랐다. 아파트단지 안에 서 있는 이 나무는 지난 세월 동안 온갖 비바람과 태풍을 맞이했지만, 너끈히 버텨냈다.

무엇보다 옆으로 넓게 뻗은 뿌리의 힘이었다. 보이지 않는 땅 깊은 곳에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차분히 지어낸 생존의 지혜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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